미래에 얻을 이익을 기대해 시간이나 돈을 할당하는 것을 ‘투자(Investment)’라고 합니다.
BIM을 가까운 미래에 해야 한다면, 지금 하는 것과 나중에 하는 것 중에 어떤 게 더 수익률이 높을까요?
BIM을 ‘투자’의 관점에서 살펴보자고요.
먼저 간략히 BIM의 핵심을 정리하고 가봅시다.
BIM은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의 약자로 건설에 대한 모든 정보를 한데 모으는 것을 말해요.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한 곳에서 볼 수 있어 수정 작업과 소통이 용이하고,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죠. 국토교통부는 "2025년 전면 BIM 설계"를 목표로 로드맵을 발표하며 BIM 설계를 활성화하고 있어요.
하지만 토목 구조 설계자에게 BIM 전면 도입은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는데요. 설계 성과물 표준이 명확하지 않고, 기존 자료에 BIM 성과품을 추가로 제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효용 대비 초기 투입 비용이 높다는 의견이 많아요. (관련 기사 더 읽어보기)
그런데도 BIM은 우리 곁에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어요. 전 세계 모든 산업군에서 일어나는 ‘디지털·스마트화’ 물결에 토목 설계 분야도 조금씩 동참하고 있는 거죠.
‘아! BIM 해야 하는구나.’
맞아요. 지난번에도 설계 자동화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자동화와 BIM 모두 다가올 미래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럼 이제 우리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요.
‘지금’ BIM을 하는 게 더 이득인 이유 3가지를 알아 볼게요.
혹시 BIM은 모델러의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외주 주면 되지’라고 마음 놓고 계시지는 않은가요. 드래프터와 구조부의 일이 구분되는 업무 환경에서 3D 모델링을 비롯해 BIM 성과품 만드는 일을 BIM 전문가의 일로 여기는 분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BIM은 설계자의 일이 될 거예요. 다음의 이유 때문인데요.
첫 번째 이야기는 현업에서 많이 겪으셨을 거예요. BIM 모델링을 하기 위해 구조 설계쪽 지식이 필요한 상황 말이에요. 두번째는 채용 공고에 담겨있는 현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3년 후 고용 시장에 다음 두 명의 설계자가 있다고 가정해 볼까요.
회사는 어떤 사람을 선호할까요? 설계 경력이 비슷할 때, 전자일 가능성이 높아요. 우리가 삶에서 가성비나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처럼 회사도 비용 대비 이익을 찾으니까요.
기업의 입장에서는 설계자와 BIM 모델러 두 명을 채용하는 대신 한 사람이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죠. 설계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BIM을 아는 설계자가 되어 더 나은 대우를 받게 되는 기회로 이 상황을 활용할 수 있고요.
‘지금 하는 구조 설계 업무에 BIM까지 해야 한다니..’
벅차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회가 변하기에 시장 상황에 맞춰 나를 바꾸고 업데이트하는 노력은 필요해요. 기회를 잡으려면 말이죠.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빨라진 변화 속에서 기회를 잡는 방법”, 생존을 위한 제1 조건은 '변이'. 시장흐름에 맞춰 바꾸고 또 바꿔야
마케터의 경우 프로그래밍 언어를 알고 SQL 등의 툴을 다루면 이직이나 연봉 협상에 유리해요. 개발 지식과 데이터 분석 역량을 디지털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설계자가 BIM을 아는 건 커리어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요?
대형 설계사로 이직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 BIM 지식이나 경험이 이직 성공 가능성을 올려줄 수 있습니다. 토목 엔지니어링 전문기업 ‘유신’은 BIM 팀을 따로 두고, 엔지니어가 직접 BIM 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어요. (“엔지니어가 직접 BIM 설계 수행해야”… 유신, BIM 전문가 육성 앞장)
대형 설계사가 아니어도 BIM 스킬을 갖춘 설계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BIM 프로젝트가 많아지면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요.
국내 한 설계사의 2022년 하반기 채용 공고문
BIM을 지금 준비하면 내가 잡을 수 있는 커리어 기회의 풀이 넓어져요. ‘BIM까지 하는 설계자’의 수가 적은 지금이 블루오션이자 적기인 거죠. 어차피 하게 될 BIM, 미리 준비해서 더 나은 조건의 근무 기회를 잡아볼까요. 당장은 힘들지만, 지금 내 노력의 가치를 더 나은 이직·채용·근무 기회로 인정받을 날이 올 거예요.
3년 후 모든 주식이 ‘붕어빵’이 된 상황을 가정해 볼게요. 사람들이 허둥지둥 빵 굽는 틀부터 만드느라 헤매고 있어요. 미리 알고 준비했던 나는 붕어빵 틀이 10개나 있죠. 별 모양, 하트 모양, 동그라미... 각양각색으로요. 몇 시간 만에 붕어빵을 구워낸 나는 쉽고 빠르게 더 많은 주식을 확보할 수 있어요.
마찬가지로 3년 후 의무화될 BIM을 지금 준비하는 게 이득인 이유는 남들과 비교해 ‘경쟁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인데요. 미리 프로세스를 배우고 구축해놓으면 더 빨리, 쉽게 BIM 성과품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그간의 프로젝트 경험과 노하우를 녹인 템플릿까지 갖춰 놓는다면 금상첨화죠.
BIM 툴을 미리 익히고, 더 나아가 성과품 산출에 필요한 템플릿까지 만들어 놓는다면 3년 후 BIM이 전면 시행됐을 때 업무 성과나 경쟁력 측면에서 남보다 우위에 설 수 있어요.
그런데 BIM 되게 복잡할 것 같아요. 시간도 노력도 많이 들 것 같고요.
아래 그래프를 한 번 볼까요? “토목 설계자에게 BIM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글에 나온 자료인데요. 오토데스크의 토목 설계 분야(Civil Engineering) 시니어 산업 마케팅 매니저인 아담 스트라파치(Adam Strafaci)가 썼어요. 저자는 기존 방식과 BIM 설계 프로세스를 비교한 결과, 기존 프로세스에 들어가는 노력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출처: What does BIM mean for civil engineers? by Adam Strafaci
설계가 바뀔 때마다 모든 성과품을 하나하나 수정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게 ‘기분 탓’은 아니었나 봐요. 그래프 곡선에서 나타나듯 BIM은 초기에 큰 노력이 필요하고 뒷부분 작업에는 기존 방식보다 힘을 덜 들여도 돼요.
정리하자면,
그럼 이제 투자 원금을 조금이라도 낮출 방법을 고민해 볼까요. 구조하는 사람이 쉽고 가볍게 BIM을 시작할 방법 말이에요. 다행히 내게 익숙한 것들로 하는 방법이 있어요. 투자할 때도 내게 익숙한 종목부터 시작하라는 얘기가 있잖아요?
BIM을 잘 몰라도 엑셀과 설계 계산서로 가능해요. 어떻게 하냐고요? 아래 ‘관련 콘텐츠’에 그 방법을 알짜배기만 담았어요. BIM에 필요한 프로세스를 미리 체험해볼 기회도 드린답니다.